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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성인데에 당신이 보태준것은 없습니다. #1-"00씨가 만든 음식 먹어보고 싶어요" 그 짧은 문장에 관한 고찰.

아마 당신이 여성이라면 상대남자와 데이트를 하면서 혹은 썸을 타면서 한번은 들어봤을 말이다 .
"00씨가 만든 음식 궁금하네요. 먹어보고싶어요."

만약 당신의 직업이 요리사라면 충분히 들을법한 말이다. 하지만 당신의 직업은 요리사와 무관하며, 당신의 취미가 요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말을 들었다면 당신은 한번쯤은 생각했을 것이다.

'요리.. 해줘야하나?'

답은 '아니'다.

당신은 그에게 요리해줘야하는 존재가 아니다. 당신은 그의 돌보미도 아니고, 그의 부모도 아니며, 그의 전속 요리사도 아니다.

대부분 이런말을 하는 남자들은 절대 본인이 먼저 요리해주고싶다는 말을 하진 않는다.
그냥 상대 여성이 자신을 위해 만든 요리를 먹고싶을 뿐, 본인이 해주고 싶진 않은거다.

한번은 내가 상대에게 물어본적이 있다.

" 본인부터 나한테 뭘 만들어줄 생각은 없고 받아먹기만 하고싶으세요? 그게 맞는거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혹시 요리 맏겨놓으셨어요? "

상대방 남자는 서둘러 사과하며 '그럴 의도는 없었다.' 며, '저도 요리를 할 줄 알고 해줄 순 있지만 자신이 없네요' 등으로 말을 흐렸다.

나도 마찬가지에요.
나도 할 줄 알고 해줄 수 있지만.(두 손이 있고 후라이팬과 가스레인지 및 인덕션사용법을 아는 현대의 지성인이니까)
하기 싫습니다.
해줄 마음도 없고요.

나는 저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말이 너무 가증스럽고 역겹다.
그 말을 뱉는 거 자체가 이미 그럴 의도를 상대방에게 들켰기에 그렇게 변명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럴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왜 네가 그 좋은걸 먼저 해줄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을 뿐이다.

네가 사랑하면, 네가 호감이 있고 누군가를 좋아하면, 당연히 그 소중한 사람에게 그 좋은 걸 네가 베푸는 게 맞는거지.
얻어 먹을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반면에 나는 저런 말을 하는 남자들이 너무나 고맙다.
저 한 문장으로 쉽게 사람 하나 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성 고정관념에 깊이 뿌리박혀 남성우월주의를 당연하게 느끼며 그래서 그게 본인이 누리고있는 권리인 줄 도 모르는 가증스러운 것들을 거르는 것은 물론,

좋아하고 사랑하는 상대에게 자신이 바라는 것을 베풀어도 모자랄판에 오히려 당연하게 요구하는 예의없는 태도를 가진 사람을 저 한 문장에 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기출변형으로 여우같은 남자들이 도시락싸기, 음식 만들어주기등의 주제로 대화의 시작을 열며 저 얘길 은근 슬쩍 꺼내는 사람들도 있는 데, 저들과 매한가지라고 본다.

본인 스스로가 누군가가 만든 음식이 가치있고 좋은것이며 먹는 상대방을 기쁘게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사람이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기가 사랑하는 소중한 상대에게 그 기쁨을 누리게 해줄것이다.
네가 한 요리를 먹고싶다고 요구 할 게 아니라.